날이 더워서 시현이를 씻기려고 베란다에 물을 받았다. 목욕을 다하고 큰 욕조에 놀게 하였더니 엎드려 수영을 하듯이 발을 찬다. 물을 받는 동안 시현이가 사라져서 놀라게했던 날이다. 엄마가 바쁜 틈을 타서 안방 화장실에 들어가 슬리퍼를 들고 있던 녀석...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아가. 이리저리 거실도 대각선으로 호루룩 기어가니 너무 금방이다. 이렇게 어느새 자라나는 것도 금방인 것 같다. 언젠가 엄마와 같이 수영하자. 곧 그럴꺼 같다. ㅋㅋ
판소리를 공부하시는 할아버지로 부터 자연스럽게 북치는 법과 판소리를 접하는 호아. 북채를 잡고 북을 쳐야하는디 입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거실에서 놀다가도 북이 있는 할아버지 방으로 자꾸 들어가 북을 두 손으로 잡고 흔들흔들 흔들고 있다. 그리곤 돌아나오면 좋으련만, 다른 할아버지 물건들을 모두 한번씩 만져본다. 벌써 어느 방에 뭐가 있는지 다 아는 것 같다.
엄마가 드디어 만들었다. 시현이 잠자는 시간을 틈틈이 드디어 완성! 하나는 코끼리, 다른 하나는 부엉이. 뒤편엔 '시현'이라고 이름도 수 놓아주었다. 지혜의 상징인 부엉이처럼, 튼튼한 코끼리 처럼 자라자~ 맘대로 시현이가 입으로 가져가 빨도록 직접 만들었는데 솜이 한올씩 빠져나오는거 같아 오히려 걱정이다. 엄마들이 아기에게 맘놓고 놀도록 줄 수 있는 장난감 뭐 없을까?
시현이가 어디가나? 거실에서 자꾸 기어다니며 탐색을 하더니 어느덧 방문 앞에 도착. 어디가나 가만히 놔두고 따라가니 방안에 있는 선풍기한테 가는 것이다. 문턱의 장애물도 거뜬히 넘어 선풍기를 향한 일편단심 사랑에 도달한다. 방안으로 들어와 해바라기처럼 선풍기를 올려다보고 있는 장면이다. 선풍기를 두드리고, 침을 바르고, 그 주위를 맴돌며 오후를 보낸다.
5개월하고도 8일 되는 날 이유식을 시작했다. 처음이라 먹는 연습하느라고 쌀을 곱게 갈아 10배의 물로 5분간 끓여 쌀미음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게 뭔맛이지'란 표정을 지으면서도 주는데로 잘 먹는다. 다 먹지는 못했지만 먹는 연습한 셈치고는 성공! 언제나 모범적인 시현이다. 영유아 건강검진 후 병원에서 이유식을 시작해보라는 권유로 망설이다가 혜영이모가 지원해준 숟가락과 앞치마를 메고 첫걸음을 내딛었다. 아침마다 만들려니 좀...걱정되네...ㅋㅋ